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밖에에서 26일(현지 시간) 오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공항 주변을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이 다쳤다.
CNN은 이 폭발이 공항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게이트 4곳 중 하나인 에비게이트 밖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테러 발생 직후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됐다.
영국 가디언은 서방 정보기관이 테러 위협을 경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2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공항 게이트 중 한 곳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에비게이트 입구에서 있은 자살폭탄 테러이고, 두 번째는 공항 가까이에 있는 바론 호텔 근처에서 발생했다. 바론 호텔은 영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출국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와 통화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항 밖에서 주변을 통제하던 탈레반 군인들도 여러 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폭발 직후 트위터에는 공항 주변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진속 한 남성은 머리와 가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수레에 실려 있었다. 다른 남성은 손에 붕대를 감고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고 걸었다. 흰 옷이 피로 물든 채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남성도 있었다. CNN은 “명백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보이는 사건이 터졌고, 미군의 아프간 철수의 마지막 단계를 뒤흔들었다. 아프간 피난민들의 운명은 더욱 암울해졌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주변을 겨냥한 테러 위협 경고가 이날 폭발에 앞서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당장 떠나라고 25일 경계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도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imminent)’고 경고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테러 가능성은 이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했다. 26일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는 나토 직원들과 아프간 현지인 등 100여 명을 태운 이탈리아 C-130 수송기가 공항에서 이륙한지 몇 분 만에 총격을 받기도 했다. 기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누가 총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각국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던 상황이었다. IS-K는 2014년 파키스탄에서 생겨났다. K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역을 지칭하는 ‘호라산(Khorasan)’의 약자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더 강한 IS-K는 잔혹한 테러를 저질러 왔다. 지난해 카불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해 임신부 등 16명을 살해했다. 올해 5월엔 카불의 한 여학교에 폭탄 테러를 가해 68명이 숨졌다.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4000명이 넘는 IS 테러범이 아프간에서 활동 중”이라고 25일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IS-K가 군중 사이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가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가 25일 보도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뿐 아니라 미국 국방부와 정보당국의 우려에도 시한 내 철군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였다.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철군 시한을 늦춰야 한다는 유럽 회원국 정상들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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