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서 ‘쿠엔틴 쿼런티노’로 활동
12만명 참여… 카불에 전세기 보내
“정치적 분열 벗어나 힘 합쳤다”
미국의 20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십억 원을 모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십 명을 전세기로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사는 토미 마커스(25·사진)는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며칠 만에 12만1000명으로부터 700만 달러(약 81억7000만 원)를 모아 전세기 한 대를 아프간 수도 카불로 보냈다. 이달 25일 이 전세기를 타고 탈레반으로부터 처형될 위험에 놓인 이들을 비롯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51명이 우간다로 피신했다. 구출 작전에는 ‘날아가기 작전(Operation Flyaway)’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군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을 합친 용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을 활용해 일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마커스는 인스타그램에서 ‘쿠엔틴 쿼런티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로 팔로어가 83만 명이 넘는다. 자유주의적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나 콘텐츠)’과 백신 접종 반대자들에 대한 농담으로 인기가 높다.
마커스 측은 또 다른 전세기를 통해서도 추가로 300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띄운 전세기를 타고) 대피한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 인도주의자와 아프간에서 공익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라며 “‘기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구출 작전의 성공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분열을 벗어나 각계각층 사람들이 이들을 구하려고 힘을 합쳤다”면서 후원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가 팔로어들과 함께 모금한 700만 달러는 인도주의 모금액으로는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A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 작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각국 정부와 기업 등이 자국민과 직원을 구출하려 몰려드는 상황에서 실제로 구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마커스는 전세기와 구출 요원을 준비하는 데 글로벌 개발 회사인 사라야인터내셔널과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마커스 측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 시한(31일)이 지나면 남은 모금액을 워싱턴에 있는 국제여성미디어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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