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에 은신하며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대항하고 있는 암룰라 살레 전 아프간 부통령(49)이 독일 매체 슈피겔에 보낸 자필 편지에서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고 지난달 30일 슈피겔이 보도했다. 그는 “아프간이 결코 ‘탈레바니스탄’(탈레반+아프가니스탄)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살레 전 부통령은 세 쪽 분량의 편지에서 “우리의 싸움은 아프간의 다원주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탈레반과의) 합의를 가장한 항복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미국이 지난해 2월 탈레반과 ‘도하 협정’으로 불리는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철군을 강행한 데 대한 원망도 담겨 있었다. 그는 “도하 협정은 흠결이 많았고 기만적이었고 어리석었다”며 “탈레반을 향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탈레반은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백악관의 순진함과 피로감, 근시안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20년 전쟁’에 지쳐가는 미국을 탈레반이 공략했다는 일침이다.
그는 현금을 챙겨 아랍에미리트(UAE)로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에 대해선 “스스로의 영혼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살레 전 부통령은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 전 아프간 국방장관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와 손잡고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함께 탈레반을 몰아냈다. 살레 전 부통령은 1990년대에도 아프간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며 탈레반과 전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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