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 완전 철군] 바이든, 아프간전쟁 종료 공식선언
탈레반에 아프간 넘긴 ‘허무한 결말’… 미군도 희생되며 “실패한 전쟁” 비판
이슬람 극단세력 빠르게 몸집 키워… 아프간 밖서 미군 테러 가능성 제기
美, ‘테러와의 전쟁’ 다시 휘말릴수도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을 마무리 짓고 20년간 진행해온 아프간전쟁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13명의 미군 희생자를 낸 혼돈의 철군 과정, 과거 적이었던 탈레반에 결국 아프간을 넘긴 것 등을 놓고 ‘실패한 전쟁’이라는 국내외 비판과 함께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는 탈레반과 테러 세력이 활개를 치면 ‘테러와의 전쟁’에 다시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아프간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59분. 미군 수송기 C-17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출발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미군 철군의 완료와 함께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화상으로 연결한 국방부 브리핑에서 철군 완료와 탈출 지원 업무의 종료를 발표하며 “현재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제 20년간 아프간에서의 미군 주둔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8월 31일 이후 미군 주둔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나의 모든 지휘관과 합참의 만장일치 권고였다”며 “이것이 우리 군의 생명을 보호하고 아프간에서 떠나기를 원하는 민간인의 대피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철군 시한을 연장하라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의 권고와 요청에도 철군을 최종 확정했다. 막판에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와 로켓포 공격, 아비규환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는데도 예정대로 철군을 밀어붙였다.
지난달 14일 이후 아프간을 빠져나온 사람은 약 6000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모두 7만9000명, 7월 후반부터 집계하면 12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 24시간 동안 26대의 C-17 수송기가 1200명을 대피시켰다.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데도 아직 현지에 남아 있는 미국 시민권자는 “200명 미만으로 100명 쪽에 가깝다”는 게 국무부의 설명이다. 매켄지 사령관은 “우리가 원했던 모두를 빼내오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마지막 다섯 편의 항공기에는 데려오고자 했던 미국 시민이 제때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명도 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탈레반이 철군 시한 이후에도 미국인과 동맹국 국민들의 대피를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군 철군이 완료됐지만 이것으로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공백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빠르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아프간 현지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 미군 등을 상대로 테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1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 책임자를 지낸 투르키 알 파이살은 최근 CNBC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간 미국 무기가 알카에다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군사력을 키운 테러 세력의 위협 확산을 우려했다. 6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북부 지역, 파키스탄, 중국 신장 등지에서 활동해온 8000∼1만 명의 반군들이 최근 아프간으로 집결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IS의 한 분파인 IS-K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켄지 사령관도 브리핑에서 “IS는 치명적인 힘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위협은 여전히 실재하며 매우 구체적”이라며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3명의 미군 희생자를 낸 자살폭탄 테러의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며 IS를 쫓는 미국의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휘관들에게 “IS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그 무엇도 멈추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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