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공회의소, 中청두 남서지부 돌연 폐쇄…중국 압력 때문인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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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 청두의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남서지부 ‘암참 사우스웨스트’가 지난달 30일 돌연 운영을 중단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1996년 설립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악화일로인 미중 관계가 전격적인 폐쇄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암참 사우스웨스트는 지난달 30일 300여개 회원 기업에 공지를 보내 “중국의 관련법 및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암참 사우스웨스트’란 이름으로 어떠한 활동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웹사이트도 문을 닫았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SCMP는 “이번 폐쇄는 중국 내 암참은 수도 베이징에 있는 ‘암참 차이나’ 1개만 있어야 한다는 당국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규정은 2017년에 만들어졌고 이후 4년 동안 적용되지 않았다. 당국이 갑자기 과거 규정을 꺼내 든 데다 암참 사우스웨스트 측에 불과 48시간 전 폐쇄 통보를 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남서부 중심도시 청두에 있는 암참 사우스웨스트는 쓰촨은 물론 윈난, 구이저우,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에 있는 미국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다. 설립 3년 만인 1999년 미국이 동유럽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중국 대사관을 실수로 폭격해 중국인 3명이 숨지는 바람에 중국 내 반미 감정이 거셌을 때도 건재했다. 당시 격분한 일부 중국인이 청두 주재 미 영사관 앞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시위를 벌였지만 암참 사우스웨스트는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 내 서방 비영리단체들이 미국의 입장과 사고방식을 퍼뜨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두는 서방이 중국의 인권탄압을 문제 삼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와 가까운 대도시여서 특히 청두의 미 비영리단체를 눈엣가시로 여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는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지식재산권 갈취 등 미국 내 반중활동의 중심지라며 전격 폐쇄했다. 중국 또한 청두 미 총영사관을 폐쇄하며 맞대응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암참 사우스웨스트의 폐쇄가 중국 내 다른 미 비영리단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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