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여성 차별 정책에 반대하며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중서부 헤라트에서 수십 명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일과 교육의 권리를 주장하며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주지사 집무실을 향해 행진했다.
시위대는 “여성에게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하라”,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 “두려워 하지말라, 우리는 함께다” 등의 구호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을 둔 시위 참가자는 “딸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부르카 착용을 받아들이겠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시위를 주최한 사비라 타헤리(31)는 “탈레반이 점령하고 2주 동안 집안에서 눈물만 흘려야만 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침묵을 깨야 할 때, 두려웠지만 가장 앞줄에 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탈레반 점령 후 여성들이 일터와 학교에서 쫓겨나 집에 머물러야만 했던 사실이 화가 났다”라며 “주변에 연락해 시위를 예고했지만 이렇게 많은 참가자가 모일 줄 몰랐다”라고 전했다.
이날 헤라트 주지사 집무실로 향하던 시위대는 탈레반 대원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시위라며 해산할 것을 명령했지만 여성들은 물러서지 않고 거리에 남았다.
타헤리는 “탈레반은 우리를 거리에서 마주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 놀란 것 같다.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간을 완전히 점령한 탈레반은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를 수장으로 한 새 정부 내각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며 여성 장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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