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문대 베이징대의 한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고 있는 ‘공동부유(共同富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 집권 이후 반대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작업과 감시·규제 확대로 ‘반 시진핑 정서’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장웨이잉(張維迎·62)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공익성 민간학문기구인 ‘경제 50인 논단(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장 교수는 중국 시안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4년부터 베이징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대 최대 싱크탱크로 꼽히는 국가발전연구원을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국가발전연구원은 중국 경제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에 다양한 조언을 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장 교수는 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기업가들이 부를 창출할 동기가 없다면 정부가 빈곤층에 줄 돈이 없어져 상류가 말라버린 강처럼 될 것”이라며 “계획경제는 빈곤층에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빈곤층이 생겼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가 서민들에게 빈곤의 족쇄를 벗어 던지고 부자가 될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시장 지향적 개혁을 앞당기는 것만이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앞서 2018년 10월에도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강연록을 통해 “중국의 지난 40년 고성장은 ‘시장화·기업가 정신·서구 300년의 기술 축적’으로 이룬 것이지 이른바 ‘중국모델’ 때문은 아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모델론’은 “중국에는 2000년동안 지속된 문명에 터전을 둔 중국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이론은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나 ‘중국특색사회주의’와도 맞물려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중국모델론’이 중국과 서방의 피할 수 없는 적대감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중국모델론’에 대한 장 교수의 비판이 시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학계의 논쟁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시 주석과 공산당이 앞세우고 있는 정책에 대한 정면 비판이어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CE50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장 교수의 글은 현재 내려진 상태며 장 교수의 개인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서도 삭제된 상태다. 위챗에서 해당 글을 전송하는 것도 안 되고 있다. 이미 중국 당국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중국 정부를 공식 석상에서 비판했다가 약 3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 받는 등 온갖 제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장 교수도 당국의 집중 감시와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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