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숨진 카불공습 ‘오폭’ 논란 확산
NYT “테러용 폭발물 탑재 증거 없어”
미군 “공습과정 문제점 있었다” 인정
지난달 2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군이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테러 의심 차량으로 판단해 드론으로 공습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10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오폭(誤爆)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공습 전에 이미 현장에 민간인이 있었는데도 이를 미군이 뒤늦게 발견했고 군 관계자도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고 5일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미 국방부 예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군이 드론 공습을 한 차량 트렁크에 테러용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는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차량 운전자와 친구, 가족 등 모두 10명인데 이 중 7명은 어린이다.
NYT에 따르면 미군은 감시 장비를 통해 IS-K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뭔가 무거워 보이는 것들’을 트렁크에 싣는 모습을 포착하고 이를 폭발물이라고 판단했다. 미군은 공습 이후 차에서 발생한 2차 폭발을 근거로 상당량의 폭발물이 실려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NYT는 폭발물과 관련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2차 폭발은 폭발물이 아닌 차량 연료탱크가 터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명확한 증거가 아니라 폭발물이 실렸을 ‘가능성’을 갖고 공격했다”고 NYT에 말했다.
미군이 공습을 서두르느라 주변에 있던 민간인들의 존재를 놓친 정황도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드론 조종사와 미군 정보분석가는 공습 직전 몇 초간 차량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민간인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명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사일이 목표물인 차량 가까이 날아갔을 때 비로소 카메라를 통해 민간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미군 관계자는 “공습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NYT에 말했다.
드론 공습 당일 미군 중부사령부는 현지 매체의 민간인 사망 보도에도 ‘그런 징후가 없다’며 부인했다. CNN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중 병력으로 IS에 보복하겠다고 했지만 지상군이 없는 작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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