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희생’ 파리 테러 용의자, 재판장서 “날 개 취급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20시 49분


뉴시스
“나는 개 취급을 받고 있다. 사람답게 대하라.”

8일 오후 1시. 프랑스 파리 특별법원 피고석에 앉아 있던 살라 압데슬람(31)은 마스크를 벗고 재판장에게 “나는 죽어도 부활할 것이며 너희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외쳤다. 그의 난동을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는 욕설과 함께 “넌 개가 아니라 돼지다”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5년 11월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테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이날 시작됐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용의자인 압데슬람은 ‘이름을 말하라’고 하자 “알라 외에는 신이 없다. 무함마드가 그의 종이자 전령이라는 것을 간증하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직업을 묻자 “나는 이슬람국가(IS) 전사가 되기 위해 모든 직업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침묵했다.

6년 전 테러는 프랑스와 독일 축구 대표팀의 친선 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밖에서 액체 폭탄이 들어있는 조끼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파리 시내의 식당가, 공연 중인 바타클랑 극장에도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테러로 130명이 희생됐고 당시엔 생존했지만 이후 후유증을 겪다 2017년 자살한 사람도 131번째 희생자에 포함됐다.

압데슬람은 테러에 직접 가담한 10명 중 1명이다. 나머지 9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압데슬람도 폭탄이 설치된 벨트를 터트려 자살하려 했지만 작동하지 않아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벨기에에서 태어나 프랑스·모로코 이중 국적을 가진 그는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했다가 2016년 3월 체포됐다.

테러범들을 도와 무기 등을 지원해준 공범 19명도 기소됐다.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재판에는 변호인 330여 명, 피해자 300여 명, 사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증인으로 나선다. 사건 기록은 100만장(총 542권)에 달한다. AFP통신은 “프랑스 현대사 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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