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여론과 야당 반응을 떠보기 위해 중의원 해산을 언급했다고 가정하자. 언론이 ‘해산한다’고 보도했는데 실제 해산하지 않았다면 그건 허위 보도인가, 아닌가.”
일본의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해 온 오이시 유타카(大石裕·65)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3일 본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며 이처럼 반문했다. 그는 “오보, 가짜뉴스 등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제안한 한국 여당은 이 같은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알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오이시 교수는 개정안에 대해 특히 ‘추정’을 통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는 인용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들 조항으로 인해 저널리즘 활동이 위축되고, 그 결과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게이오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법학부장을 지낸 오이시 교수는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BPO)의 방송윤리검증위원회 위원, 일본 야후뉴스의 뉴스미디어 운영에 관한 전문가회의 위원 등을 맡고 있는 언론학 분야 권위자다. 다음은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여당은 법 개정 필요성으로 오보와 가짜뉴스 증가를 들고 있지만, 이 문제에는 ‘그레이존(Gray zone·회색지대)’이 많다. 백인지 흑인지, 바른지 틀린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누가 그걸 판단할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언론의 자유는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어떤 사실과 그걸 다루는 정보는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수 언론, 리버럴 성향의 언론 등 여러 언론이 동일한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다양한 보도가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킨다. 저널리즘에서 보도는 편향(偏向)이 있을 수 있다. 편향 보도를 가짜뉴스로 인식하는 잘못된 견해도 있다. 한국 여당은 가짜뉴스에 대한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해 이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고 정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부분이 특히 문제인가.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 시각자료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부분이다. 추정은 확대 해석이 가능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정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인용 보도한 경우를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는 조항도 문제다. 그럼 언론이 스스로 취재한 것만 보도하는 경향이 강해져 정보 입수 수단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일본에도 유사한 법률이 있나.
“한국의 언론중재법과 같은 법률은 없다. 방송은 방송법, 신문은 신문윤리강령이 있어 오보와 가짜뉴스를 금지하고 징계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일본 기자들이 자기 규제를 해 기자회견에서도 제대로 질의응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보와 가짜뉴스 피해자가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배상금이 1000만 엔(약 1억6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만큼 언론은 스캔들 보도에 신중해졌다.”
―한국 여당은 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고 생각하나.
“여러 스캔들 보도로 타격을 입은 여당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언론을 통제하려고 한다고 설명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한국 여론조사를 보면 언론중재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의외로 많다. 이 점이 중요하다. 여론이 법안 마련을 지지하다 보니 여당이 거기에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막을 방법은 없나.
“언론 업계가 신문, 방송, 인터넷을 불문하고 일본의 BPO 같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BPO는 공영방송 NHK와 민간방송이 돈을 내 만든 제3자 기관인데 방송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검정하고 방송국에 대책을 세우게끔 한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제3자 기관을 만들어 검정하는 게 중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