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저항군의 리더인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의 친형을 사살한 후 매장도 못하게 하는 등 잔혹한 보복행위를 이어갔다. 미국 곳곳에서 9·11 테러 20주년 추모행사가 열린 11일,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탈레반 깃발을 게양하고 정부 출범을 공식화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저항군의 마지막 남은 거점인 북부 판지시르 지역의 주도 바자라크를 장악한 후 살레 부통령의 형 로훌라 아지지를 찾아내 처형했다. 이런 사실은 살레 부통령의 조카 에바둘라 살레가 “탈레반이 삼촌을 9일 죽인 후 매장도 못 하게 했다. 그들은 시신이 썩어야 한다고 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로이터에 보내면서 알려졌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아지지가 검문소를 차량으로 통과하려다 탈레반에 들켜 운전사와 함께 사살됐다는 증언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아프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살레 부통령은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와 손잡고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조직했다. NRF는 탈레반과 맞서 싸웠으나 전투에서 패배했다. 탈레반은 살레 부통령과 마수드가 각각 타지키스탄과 터키로 도피했다고 주장하면서 “아프간 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AP통신은 11일 탈레반 과도정부의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이 카불 대통령궁에서 직접 탈레반 깃발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깃발 게양식은 새 정부 업무의 공식 시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한 것은 2001년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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