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이슬람 복장’ 착용을 강요하자 전 세계의 아프간 여성들이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아프간 여성의 전통 복장은 검은색 부르카, 니캅 등이 아닌 보다 더 화려하고 다채로웠다고 주장했다.
14일 BBC는 전 세계에 퍼진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의 엄격한 여성 복장 규정에 항의하기 위해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Do Not Touch My 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마세요), ‘#Afghanistan Culture’(아프가니스탄 문화)와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아프간 여성들의 다채로운 전통 의상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아프간의 한 대학의 역사 교수로 근무했던 바하르 잘랄리 박사는 붉은색 꽃무늬 자수가 수놓아진 녹색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아프간의 정체성과 주권이 공격받고 있기 때문에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아프간 카불의 샤히드랍 바니 교육대학교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이 강의실과 거리에서 친탈레반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아바야에 눈만 드러내는 니캅이나 눈까지 망사로 가린 부르카를 입었다.
이와 관련 잘랄리 박사는 “여러분이 언론에서 본 의상(친탈레반 집회에서 여성들이 입은 옷)은 우리의 문화도, 정체성도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미국 버지니아의 한 인권 운동가 스포즈메이 마시드도 수공예 자수로 화려하게 디자인된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게재했다. 마시드는 “이것이 우리의 아프간 정통 드레스다. 아프간 여성들은 화려하고 수수한 의상을 입는다”면서 “검은 부르카는 결코 아프간 문화의 일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의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조차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는 검은 옷인 니캅을 입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년간 아프간에서 일하고 거주했던 리마 할리마 아흐마드는 “우리의 문화는 어둡지도 않고, 흑백도 아니다. 다채롭고, 아름답고, 예술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나의 어머니는 길고 큰 베일을 썼고, 다른 이들은 더 작은 베일을 쓰는 등 개인의 선택이었다”면서 “검은 장갑을 끼고, 눈까지 망사로 가리는 등 그림자 같은 복장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프라하에 본부를 둔 아프간 기자 말랄리 바시르이는 전통 의상을 입은 아프간 여성들의 그림을 그린 뒤 “나는 내 마을에서 자라면서 검은색이나 파란색의 부르카가 일반적인 게 아니었고, 여성들은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었다”고 했다.
BBC 측은 ‘아프간 전통 의상’을 구글에 검색하면, 다양한 색깔의 전통 의상을 보고 압도당할 것이라며, 탈레반 지지 시위에 나타난 여성들의 복장과 큰 대조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한편 압둘 바키 하카니 탈레반 신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하지만, 모든 여성에겐 종교적 베일 히잡을 쓰는 것이 의무화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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