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철군과 9·11 테러 20주년 행사를 마무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선이 이제 외교 무대로 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델타 변이로 급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와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등을 앞세워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 시키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오는 20~27일 열리는 제 76차 유엔총회 기간인 21일(현지시간) 총회 연설자로 나선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데뷔 무대다.
유엔총회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화상으로 열렸던 것과 달리 올해는 화상과 대면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개최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100명가량의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를 기치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 복원,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조 등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달리 동맹 복원과 다자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정상들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유엔총회 기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과의 양자회담도 계획돼 있다.
이에 발맞춰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세계 코로나19 정상회의 : 전염병 대유행 종식과 더 나은 재건’ 주제로 화상 백신 정상회의를 소집해 내년 9월까지 최소한 전 세계 인구의 70%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이 각국에 보낸 초청장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한 국가들이 이미 약속했던 20억회분을 넘어 “관련 능력을 갖춘” 국가들은 10억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구입하거나 기부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세계 지도자들은 백신 준비와 접종을 위해 올해 30억 달러(약 3조5145억원), 내년에 ‘백신 재원 마련’에 70억 달러(8조2005억원)를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또 총회 기간인 24일 대중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의 첫 대면 정상회의도 주최할 예정이다. 쿼드 정상회의에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한다.
당초 쿼드는 외교장관 회의였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정상급으로 격상해 지난 3월 화상으로 첫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 첫 대면 회의 개최 의미에 대해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21세기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다자 관계 구축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관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쿼드 회의에서 쿼드 정상들간 유대를 심화하고, Δ코로나19 대처 Δ기후위기 대응 Δ신기술 및 사이버 공간에 대한 협력 Δ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촉진과 같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증진하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을 명목으로 구성된 4개국 안보 협의체이지만,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구성한 반중 전선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 외교 무대를 통해 대중 견제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90분간 통화를 한지 이틀 뒤인 지난 11일 시 주석을 겨냥해 “21세기에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 독재자들이 많이 있다”고 각을 세운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미 무역법 301조, 이른바 슈퍼301조에 따라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 조사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쿼드 정상회의에선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프라 구상인 ‘일대일로’에 맞서 인·태 지역 인프라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백신 정상회의도 중국이 각국에 시노백과 시노팜 등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등 백신 외교를 하고 있는 데 대한 견제 차원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서는 이번 쿼드 정상회의 등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빚은 혼란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의 추를 다시 대중국 견제로 돌려 정치적 타격을 수습하려는 복안도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굵직한 외교 일정은 연말까지 지속된다. 그는 오는 10월 이탈리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0월말 영국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다. 12월께엔 미국 주도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10월 G20 정상회의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시 주석의 참석 가능성이 아직까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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