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정책에 대한 논란 등으로 주민 소환 위기에 놓였던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투표에서 승리해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이번 소환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14일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뉴섬 주지사에 대한 소환 투표가 실시돼 개표 작업이 진행됐다. 10시 30분(한국시간 15일 오후 2시30분) 현재 65%가 개표된 가운데 ‘소환에 반대한다’는 표가 66.1%로 ‘소환해야 한다’는 표(33.9%)를 앞섰다. AP통신과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이날 자정 전후에 “뉴섬 주지사에 대한 소환 투표가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뉴섬 주지사는 개표 윤곽이 드러난 뒤 “이번 소환을 무산시켜준 4000만 캘리포니아인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트럼프를 이겼지만, 이 나라에서 트럼피즘(트럼프 현상)은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일 이번 투표에서 소환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면 뉴섬 주지사는 주지사직을 상실하고, 다음 주지사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래리 엘더 후보(69)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컸다.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다.
이번 투표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운명 못지않게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띠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큰 내상을 겪은 직후 진행되는 선거라 민주당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권의 위기는 오히려 지지층이 더 결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지지세가 확고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애초에 높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는 1992년 대선부터 8차례 연속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고, 작년 대선에서도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63.5%로 트럼프 후보(34.3%)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많았다.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한 민주당도 지도부가 총출동해 투표 전날까지 사활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경쟁자인 엘더 후보를 “트럼프의 복제품”이라고 비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8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찾아 지지 유세를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뉴섬 주지사를 지지하는 정치 광고를 제작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의 캐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캘리포니아의 진로를 바꿀 기회”라면서 공화당 유권자들의 결집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뉴섬 주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강도 높은 방역 지침을 시행해 경제난에 시달린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석하는 등 ‘내로남불’ 방역 논란도 빚었다. 이에 화가 난 공화당원들은 주지사 소환 청원을 시작했고 결국 150만 명 이상이 이에 서명해 소환 투표 실시 기준을 넘겼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3년 소환 투표에서 민주당 소속인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패배하고 영화배우인 공화당 소속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새 주지사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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