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이 지난달 2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벌어진 미군 드론 공습 직후의 처참한 현장 영상을 14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카불공항 폭탄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조직원을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했지만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의 공습으로 숨진 차량 운전자는 테러범이 아닌 민간 구호단체 활동가였고 사망한 어린이들은 귀가하던 그를 반기던 자녀들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CNN 영상에는 공습 직후 불타는 차량 주변에서 비명을 지르는 카불 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폭발 뒤 검게 그을린 어린이들의 시신, 이를 천으로 덮어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CNN은 구호단체 활동가로 알려진 제마리 아마디(43)의 생전 영상도 공개했다. 아마디의 직장 폐쇄회로(CC)TV에는 공습 불과 몇 시간 전에 그가 동료들과 웃고 농담을 나누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가 플라스틱 물통과 생수통 여러 개에 식수를 가득 담아 차 트렁크에 싣는 모습도 보였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공습 직후 이 차의 트렁크에 테러용 폭발물이 실려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NYT는 미군이 폭발물로 의심했던 차량 트렁크의 화물은 물통이었다고 전했다. CNN은 “현장 영상들은 미 국방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이날까지 미국은 10명의 공습 사망자 중 진짜 테러범들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13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가 말했던 그 사람(목표물)이 구호활동가냐, 아니면 IS-K 요원이냐”고 질문하자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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