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사상’ 앞세워 인터넷도 통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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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연예계 이어 ‘홍색정풍’ 확산… “인터넷 통해 사회주의 사상 고취”
3연임 확정 앞두고 여론 규제 의도… 해외 中외교관들은 연일 충성 경쟁

중국이 소위 ‘시진핑(習近平) 사상’을 앞세워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동안 정보기술(IT) 기업, 사교육, 연예계 등을 대상으로 했던 소위 ‘홍색 규제’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내년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해 미리 온라인 여론을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14일 ‘인터넷 문명 건설 강화에 관한 의견’을 통해 “시진핑 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삼아 사회주의 가치관을 고양하고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당과 정부의 공동 지침을 통해 중국식 사회주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공간의 사상 선도 강화, 문화 육성, 도덕성과 행동 규범 강화, 허위정보 및 사이버 괴롭힘 단속, 문명 창출 등 총 8개 분야의 요구사항도 제시했다.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터넷 윤리와 행동 규칙을 만들고, 인터넷 용어를 규범화하며 청소년들의 인터넷 소양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과 정부는 “각 지역과 부처가 인터넷 문명 건설 강화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지도체제와 업무 메커니즘을 수립해 누리꾼, 특히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문명 건설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중국은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차단체계를 통해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인터넷에 대한 기존의 검열 수위를 대폭 높이고 사회주의 선전 선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그간 홍색 규제가 IT 기업, 연예계 등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이번 규제는 인터넷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인터넷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9억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여론전 또한 한창이다. 세계 주요국에 파견된 중국 외교관은 시 주석에게 일종의 충성 경쟁이라도 벌이듯 연일 서방에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14일 베트남 주재 중국대사관은 일본을 향해 “도둑이 ‘도둑질을 멈추라’고 한다. 국가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결의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최근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하자 일본을 ‘도둑’에 비유한 것이다.

친강 미국 주재 중국대사 또한 지난달 말 미중 관계회의에서 “입을 닥쳐라(Please Shut Up)”라는 강경한 표현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쉐젠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지난달 트위터에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을 표현한 그림을 올리며 ‘미국의 아프간 20년 성과’라고 조롱했다.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의 폭정을 우려해 아프간을 탈출하다 사망한 이들을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급기야 14일 영국 상·하원은 정쩌광 영국 주재 중국대사의 의회 출입을 금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의원 7명에게 제재를 가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중국#시진핑 사상#인터넷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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