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習, 美 對中 발언 수위에 불만, 만나도 얻을 것 불확실 판단한 듯”
양국관계 관리하려는 美시도 꺾여… 내달 G20서 정상 만남도 어려워져
“트럼프 우발행동에 美中전쟁 우려… 美합참의장, 中과 2차례 비밀통화”
WP 부편집장, 출간할 저서서 밝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후 미중 갈등 관리에 집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시도를 중국이 거절하면서 다음 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 또한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월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진 당시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면 회담을 제안하자 시 주석은 “미국이 대중 발언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시 주석은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처럼 거친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과장과 수사(修辭)를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간 중국은 미국이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등에 대한 인권탄압을 비판하자 내정 간섭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번 통화를 중국이 양국 관계 개선에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시험할 계기로 여겼다. 하지만 시 주석의 거절로 중국이 앞으로도 대미 강경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0월 제20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얻어낼 것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면 회담에 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되레 여론의 반발만 불러 장기 집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해외에서 열리는 대면 회담을 거부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는 지난해 1월 미얀마 방문을 마지막으로 해외 방문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이 만남을 원하지 않아 실망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성명에서 “통화 내용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지금 알려줄 수 있는 사실은 두 정상이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국 군 수뇌부가 지난해 미 대선을 전후로 교감을 나눴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집권 내내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을 전후로 중국과 우발적 전쟁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리쭤청(李作成) 중국 합참의장이 두 차례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14일 CNN 등이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이 21일 출간할 저서 ‘위기(Peril)’의 내용을 사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밀리 의장은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해 10월 30일 리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확보하고 놀란 상태였다. 이에 밀리 의장은 “미국이 공격한다면 미리 전화를 주겠다.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밀리 의장은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직후인 올해 1월 8일 또다시 리 의장과 통화를 갖고 “미국은 100% 안정적”이라며 중국 공격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리 의장이 쉽사리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자 밀리 의장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연락해 군사훈련을 연기하라고 지시했고 실제 훈련이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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