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증진을 목적으로 영국, 호주와 함께 외교안보 3자 협의체를 신설한다. 또 이를 위해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동의하고 이를 위해 기술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후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지금까지 철칙으로 지켜온 핵 비확산 체제의 적용까지 예외로 두며 공동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 영국으로까지 본격 확대되는 대중 전선
1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춘 3자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오커스’는 세 나라의 첫 글자 혹은 약어를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이들 3국은 앞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급 회담을 열고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외교안보와 관련된 사이버 공격 대응,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과 관련 정보의 공유도 이뤄지게 된다.
미국과 영국은 이와 함께 기술적, 전략적 팀 및 해군과 함께 향후 18개월 간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위한 공동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핵잠 확보를 통해 삼국 간의 해군 및 핵 관련 인프라의 상호운영성과 협력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기를 18개월로 특정한 것은 앞으로 1년 반 안에 호주의 핵잠수함 개발을 완료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언론과 진행한 전화 간담회에서 “역사적인 발표”라며 “이는 인도태펴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 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21세기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과 동맹 강화의 문제”라며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아시아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양자 파트너십을 포함해 더 큰 ‘협의 군단(constellation)’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4자 협의체인 ‘쿼드(Quad)’와 함께 개별 국가로는 일본, 한국, 태국, 필리핀 등을 들었다.
호주와 영국은 모두 서구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과 오랫동안 안보 협력을 유지해온 동맹국으로, 민감한 기밀을 공유하는 정보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회원국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호주는 ‘쿼드(Quad)’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유럽에 있는 영국의 경우 지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ian)’을 표방해온 영국은 미국과 발맞춰 대중 견제 및 이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현안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을 이 지역에 파견해 주변국들과 합동 훈련에 나섰다.
‘오커스’의 신설은 인도태평양에서 일본, 호주, 인도를 거쳐 유럽의 섬나라 영국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해양 안보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 맞서 해양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 비확산 체제까지 뛰어넘는 美의 호주 핵잠 지원
미국이 영국과 함께 호주의 핵잠수함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부분은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까지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핵보유국인 P5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인도 등 6개 국가 뿐이다. 핵 비확산 체제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핵잠수함 개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국이 지난해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 비공개로 방미해 핵잠수함 확보에 필요한 핵연료 제공을 요청했을 당시에도 비확산 원칙을 앞세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미국이 이례적으로 호주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를 허물어뜨린 것.
이런 지적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별한 상황(a unique set of circumstance)”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핵잠수함) 기술은 극도로 민감한 것이며,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정책에 예외인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깊이 전념하고 있다”며 호주가 핵확산금지조약(NPT)를 비롯한 글로벌 비확산 노력에 앞장서온 국가라는 점, 호주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는 점, 이번 시도가 21세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3자 협력이라는 점 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전력 운용 강도까지 높아짐에 따라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그러나 “이는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문제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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