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축전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한 북한
외신들 “北의 국제적 위상 강화” or “英의 대북 선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축전 내용이 처음으로 북한 언론에서 공개된 가운데 외신들은 공개 시점을 주목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난 13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북한 정권수립 73주년(9월 9일)을 기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사실이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여왕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이 국경일을 축하하듯 저도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왕이 북한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의 국경일을 맞아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에 보낸 여왕의 축전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버킹엄궁 역시 전 세계 각국의 국경일에 하는 표준적인 관행일 뿐이라며 추가적 의미 부여를 일단락시켰다.
해당 축전은 여왕의 이름으로 영국 외교부가 전한 것이며 통상 여왕이 해외 정상에게 보낸 핵심 메시지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영국 외교부는 전했다.
“北의 국제적 위상 강화” or “英의 대북 선전”
다만 외신들은 영국 여왕이 축전을 보내온 사실을 공개한 시점에 대해 주목하며 흥미롭게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축전 내용을 공개한) 13일에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데일리비스트는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북한의 움직임’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정권이 자신들의 체제와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왕의 메시지를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대북 선전’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일가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친서방선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여왕이 축전을 보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북한. 북한 전문가인 영구 리즈 대학의 아이단 포스터 카터 선임연구원은 “곤란한 상황에 닥친 북한이 우리에게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는 것은 흥미롭다”라며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은 여기에서 정확히 무엇이 변했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서방 국가 중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로 꼽힌다. 영국은 2000년 북한과 수교했고 양국은 상대국에 서로 대사관도 두고 있다. 다만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은 북한의 코로나19 봉쇄로 현재 폐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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