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英-호주와 ‘핵잠 동맹’… 中견제 ‘오커스’ 신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7일 03시 00분


印太지역 안보증진 3자 협의체
美 핵잠기술 지원… 호주 “8척 건조”
中 “핵 비확산 노력 약화, 무책임”

바이든, 영국-호주 총리와 ‘오커스 창설’ 화상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와 화상으로 연결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안보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 출범을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동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것은 1958년 영국 이후 63년 만이다. 워싱턴=AP 뉴시스
바이든, 영국-호주 총리와 ‘오커스 창설’ 화상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와 화상으로 연결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안보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 출범을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동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것은 1958년 영국 이후 63년 만이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증진을 목적으로 영국, 호주와 함께 외교안보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 또 호주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개발과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후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60년 넘게 원칙으로 삼아 온 핵 비확산 체제에 예외까지 둬가며 대중국 공동 전선 확대에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으로 연결한 기자회견을 갖고 오커스 발족을 공식 발표했다. 세 나라는 앞으로 정기적인 고위급 협의 등을 통해 외교안보와 관련된 사이버 공격 대응,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 분야 협력, 정보 공유 등을 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은 앞으로 18개월간 호주의 핵잠 개발을 공동 지원한다. 미국이 핵잠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것은 1958년 영국 이후 63년 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이날 오커스 체제 아래 8척의 핵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이 발표한 군사력 정보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잠은 6∼9대다.

이날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오커스 출범을 두고 “역사적인 발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 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라고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함으로써 중국 견제 목적임을 드러냈다. 그는 또 “우리의 전통적인 아시아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양자 파트너십을 포함해 더 큰 협의체를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4자 협의체인 ‘쿼드(Quad)’와 함께 개별 국가로 한국, 일본, 태국, 필리핀 등을 예로 들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하여 오커스에 대해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고 핵 비확산 노력을 약화시킨다.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美, 中견제 적극 동참한 호주에 핵잠수함 지원…“단 한번뿐인 예외”
美, 英-호주와 ‘핵잠 동맹’


‘오커스’ 신설은 인도태평양에서 일본, 호주, 인도를 거쳐 유럽의 섬나라 영국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해양안보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 맞서 해양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영국과 함께 호주의 핵잠수함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핵보유국인 P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인도까지 6개 국가뿐이다. 핵 비확산 체제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핵잠수함 개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해 김현종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비공개로 방미해 핵잠수함 확보에 필요한 핵연료 제공을 요청했을 때도 비확산 원칙을 앞세워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미국이 호주에 대해서는 이런 원칙을 이례적으로 허물어뜨린 것이다.

이런 지적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15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특별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핵잠수함) 기술은 극도로 민감한 것이며 (호주에 대한 지원이) 많은 측면에서 예외인 것이 사실”이라며 “(핵잠수함 기술 이전이) 앞으로 다른 환경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 한 번(one-off)일 것으로 본다”고 못 박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주요 동맹국에는 이(핵잠수함 기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정부 당국자 설명에는 지난 수십 년간 자체 핵 능력을 갖추려고 움직여 왔던 한국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깊이 전념하고 있다”며 호주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글로벌 비확산 노력에 앞장서온 국가라는 점, 호주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는 점, 이번 시도가 21세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3자 협력이라는 점 등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호된 경제보복에 시달려온 호주에 대한 보상이자 중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 소비자무역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호주의 수출국 1위는 중국(42%)으로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호주는 자국 농산물과 와인에 대한 중국의 관세 폭탄, 해산물과 광물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지속적으로 동참해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6일 사설을 통해 “(미국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적대감을 조성하며 동맹들을 결집시켜 중국에 맞서느라 이성을 잃고 있다”며 “호주가 어떻게 무장하든 간에 여전히 미국의 경주용 개(running dog)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호주가 중국을 도발한다면 호주 군대는 남중국해에서 생을 마감하는 첫 번째 서방 군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호주와 영국은 모두 서구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과 오랫동안 안보 협력을 유지해온 동맹국으로, 민감한 기밀을 공유하는 정보동맹체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회원국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호주는 쿼드(Quad) 회원국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처럼 탄탄한 동맹체를 복수로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과 또다시 오커스 설립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남중국해 등지에서의 중국 견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럽에 있는 영국의 경우 지리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을 표방해온 영국은 미국과 발맞춰 중국 견제 및 이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현안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유럽에서 아시아로 대외전략 방향을 트는 움직임이 명백하다.

#오커스#외교안보 협의체#핵추진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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