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출범에 잠수함 수출계약 파기된 佛, 美독립전쟁 관련행사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7일 14시 00분


미국이 영국, 호주와의 3자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출범하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이 강력 반발하면서 후폭풍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하면서 프랑스와 맺은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파기해 프랑스는 격분하고 있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결성된 세 나라 간의 파트너십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5일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오커스가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을 소외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로 큰 상처를 입은 미국이 다시 한 번 외교무대에서 시험대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워싱턴의 프랑스 대사관은 17일 진행될 예정이던 체사피크만 전투 240주년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이 전투는 1781년 독립전쟁 당시 미국이 영국 해군을 무찌른 전투로 당시 동맹 관계였던 프랑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그만큼 양국 간 견고한 동맹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프랑스는 미국과의 관계가 급랭한 지금 이런 행사를 여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프랑스는 미국이 오커스 출범을 앞두고 사전에 제대로 상의하지 않았다며 섭섭함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과 관계 개선을 기대해 온 프랑스 입장에서는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EU도 미국의 갑작스런 발표에 유감을 표시했다. EU의 외교정책을 관장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런 성격의 합의는 엊그제 바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EU는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 전략을 발표했다.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미국은 수습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호주 외교·국방 장관 회담 직후 회견에서 프랑스를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지칭했다. 그는 “우리는 인도·태평양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유된 많은 우선순위에 대해 프랑스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고 그 관계와 파트너십에 근본적인 가치를 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지난 24~48시간 사이에 프랑스와 논의했다고도 밝혔지만 오히려 이런 언급은 프랑스와의 협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지 않고 상당히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유럽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을 미국이 오커스 출범을 강행한 것은 현재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가 중국 견제로 옮겨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오커스에 대해 중국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비난이 쏟아지자 방어에 나섰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사키 대변인은 프랑스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초점은 프랑스와 영국, 호주의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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