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관에 이어 차관직에도 단 한 명의 여성을 기용하지 않아 비판받고 있다. 1996~2001년 첫 집권 당시 여성 취업 및 교육 금지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탈레반이 여성 차별을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탈레반은 장차관 17명에 대한 추가 인선을 발표했는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서 7일 탈레반은 첫 장관 인사에서도 33명 전원을 남자로 채웠다. 현재까지 발표된 장차관 50명 중 중 여성이 한 명도 등용되지 못했다.
다만 탈레반은 21일 인사에서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출신을 보건차관으로 임명했다. 탈레반 주축 세력인 파슈툰족이 다른 민족을 배척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탈레반은 여성 공무원의 출근도 금하고 있다. 19일 BBC방송에 따르면 탈레반이 임명한 수도 카불의 새 시장은 “여성이 당분간 일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 여성 공무원에게 집에서 머물라고 명령했다. 탈레반 집권 전 카불 공무원의 약 3분의 1이 여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탈레반에 여성 등을 포함하는 ‘포용 정부’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탈레반과 밀월 관계인 파키스탄 정부조차 포용 정부 수립을 촉구했지만 탈레반 측은 내정 간섭이라며 요지부동이다.
탈레반은 오히려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는 주장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했다. 탈레반이 임명한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은 최근 두 차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연설 기회를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유엔 총회 마지막날인 27일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서 임명됐던 굴람 이삭자이 유엔주재 아프간 대사가 연설을 하기로 예정돼 있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삭자이 대사는 탈레반이 민주 정부를 구성하려면 유엔이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사로서의 활동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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