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11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경기부양 기조의 끝을 알리는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과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그룹 사태 등의 악재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2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은 물가와 고용 목표를 향해 진전이 있을 때 시작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회의 때쯤 이것들이 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FOMC는 더 많은 여건을 점검하며 자산매입 축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FOMC는 11월 2, 3일 열린다.
미국의 경기부양 기조의 끝을 알리는 조기 테이퍼링에 이어 다음 단계인 금리 인상도 내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FOMC 정례회의 결과에 따르면 연준 위원 18명 중 9명이 내년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촉발한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2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내년 중반으로 언급한 것은 예상보다 빠르다. 매파적 발언을 했다”고 평가했다.
파산 위기에 놓인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그룹 사태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이날 홍콩증시에서 헝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62% 오른 2.67홍콩달러(약 402.72원)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헝다 측이 이날까지 지급하기로 돼 있던 채권 이자 일부를 제때 갚겠다고 전날 밝히고 공시까지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355조 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데다 올해 말까지 지급해야 할 이자만 7000억 원이 넘는 상황이어서 파산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 당국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에 대해 준비할 것을 지방정부에 지시했다고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에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변수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23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헝다그룹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이 갑작스럽게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발 리스크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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