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에 대한 자국 및 국제사회의 제재 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한 것에 대해 미국 측은 이에 호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간) 정 장관이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에 대한 본보의 입장 질의에 “유엔의 대북제재는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는 계속 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특히 “유엔에서 외교를 통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이웃들과 함께 (이행)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지적 받아온 중국, 러시아 등에 제재 이행을 다시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앞서 CFR 대담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을 고립 상태에서 끌어내 국제화 단계로 이끌기 위한 여러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며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하는 등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공세적(assertive) 외교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라”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회에서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이나 경제적 강압, 기술적 착취 등에 맞설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linchpin)’ 동맹인 한국의 외교수장이 미국의 대중 정책 방향과 결이 다른 내용을 밝힌 것을 내심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정 장관은 뉴욕에 체류 중이던 23일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옹호하는 말을 했다. 그는 “우리는 68년 동안 정전협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건 정상이 아니고 우리 국민들에게 ‘Not Fair’(공정하지 않은)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주한미군이나 유엔사 지위에도 영향이 없다”며 “앞으로 평화 협정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선언인데 (국제사회는) 그것도 못하게 하느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남북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판문점에서 이미 합의한 내용”이라며 “북한의 산발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 장관은 또 CFR 대담에서 자신이 중국을 옹호한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해서도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 부분만 놓고 그외 다른 말은 일체 안한 것처럼, 외교부 장관을 마치 ‘중국의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공정한 보도가 아니다”며 “언론은 중국 편을 들었다고 엉뚱한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미국 모두 자기 입장을 강하게 주장은 할 수 있다. 다만 자기 주장을 다른 나라에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중국은 아직 우리에게 그렇게 하지(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중국을 옹호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이런 말하면 안 되나. 한국에서 말하면 미국은 모르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술적인 차이가 있지만 전략적 목표는 공유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의 긴장, 그리고 북한을 비핵화하는 데 있어 한국과 전략적 목표를 공유한다”며 “우리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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