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간) BBC는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주의 이발소에서 수염을 깎거나 다듬는 행위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이 따르는 이슬람 율법 해석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헬만드주 이발소에 붙은 경고문에서 탈레반은 이발사들이 머리와 수염을 깎으려면 이슬람 샤리아 율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BBC가 현지 이발소에서 본 경고문에는 “누구도 이번 명령에 대해 불평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도 쓰여있었다.
탈레반은 이번 지시를 어긴 자들은 누구든지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카불의 이발사들에게도 비슷한 명령이 내려졌다. 카불의 한 이발사는 “탈레반 무장요원들이 계속해서 찾아와 수염을 다듬지 말라고 명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원 중 한 명은 잠복 수사관을 보내 우리를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가장 큰 이발소를 운영하는 또 다른 이발사도 “탈레반 정부 관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며 “그가 ‘미국식 스타일을 따르는 일을 그만두라’며 ‘누구의 수염이라도 밀거나 가다듬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의 첫 번째 집권 동안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은 ‘화려한’ 머리 모양을 금지하고 남성들이 수염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수염을 깨끗이 깎은 외모가 인기를 끌었고, 많은 아프가니스탄 남성들이 멋을 내기 위해 이발소를 찾았다.
이번 명령으로 이발사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토로했다.
한 이발사는 “수년간 우리 이발소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면도를 해주고, 세련돼 보이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며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발사 역시 “미용실과 이발소가 금지 업소가 되고 있다”며 “15년 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헤라트주의 한 이발사는 아직 공식 명령을 받지는 못했지만, 수염 깎는 것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탈레반 무장요원들의 표적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수염을 안 깎는다”며 “손님들은 (수염을 길러) 탈레반 요원들처럼 보이고 그 사이에 녹아들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발 가격을 대폭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발소를 찾는 손님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더는 아무도 머리 모양이나 스타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지난 집권 때보다 한층 더 유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지시는 이번 탈레반 정권 역시 과거처럼 가혹한 탄압 정치를 펼칠 것을 암시한다.
탈레반은 이미 반대파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해왔다. 탈레반은 지난 25일 서부 헤라트주 중앙 광장에 납치 범죄 혐의로 처형된 시신 4구를 매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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