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이 ‘30년 지역구’서 추천한 후보… 사민당 28세 여성사회운동가가 꺾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9일 03시 00분


메르켈 1990년 첫 당선 ‘정치 고향’… 카사우츠키, 당시 태어나지도 않아
13세부터 정치활동… 19세에 입당, 현지언론 “독일 정치의 세대교체”
獨통일 후 베를린 첫 女시장 당선

26일 치러진 독일 총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67)가 31년째 현역 의원으로 지키고 있던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 15번 선거구에서 사회민주당 소속 20대 여성 사회운동가 아나 카사우츠키(사진)가 연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타게스슈피겔 등 독일 언론은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온 메르켈 총리가 1990년 의원 활동을 시작할 당시엔 태어나지도 않았던 카사우츠키가 당선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독일 정치의 세대교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사우츠키는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4.3%로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의 게오르크 귄터 후보(20.4%)를 눌렀다. 특히 귄터 후보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줄 후보로 직접 추천했던 인물이어서 메르켈의 정치적 고향에서 총리가 내세운 인물을 꺾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3년 남서부 하이델베르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카사우츠키는 13세 때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7∼19세 때 지역 청소년의회 의장을 맡았고 자원봉사와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19세에 사민당에 입당했고 그라이프스발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자신을 ‘헌신적 페미니스트’ ‘유럽인’ 등으로 소개해 왔다. 정계에 발을 들인 이유로 극우 정치에 따른 유럽 사회의 분열과 의회 민주주의의 약화, 사회 양극화 등을 해결하고 싶다고 밝혀 왔다.

그는 당선 확정 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독일의 발전을 원한다면 상위 10% 계층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나서라며 또래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했다.

카사우츠키의 당선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사민당과 녹색당의 약진, 유권자의 세대교체 요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영국 언론 가디언은 전했다.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임대료 상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 정책을 앞세워 득표율 1위를 차지해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후변화 대책, 젊은 정치를 표방한 녹색당 역시 사민당, 기민당에 이은 제3당 위치를 굳혔다. 기민당은 보수 유권자가 많은 텃밭 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등에서 모두 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카사우츠키를 포함해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6일 베를린 지방선거에서는 사민당 후보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여성청소년부 장관(43)이 당선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베를린이 동서로 나뉜 1949∼1951년 당시 여성 정치인 루이제 슈뢰더가 서베를린 시장을 지냈지만 동서 베를린 통합 후 여성 시장은 기파이가 처음이다.

사민당 소속 마누엘라 슈베지히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지사(47) 또한 재선에 성공했다. 녹색당에서는 성전환 수술 후 여성이 된 두 명의 의원이 최초로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메르켈 추천 후보#사민당#카사우츠키#여성사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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