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애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성을 모티브로 한 동상이 제작됐다. 그러나 동상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제작되자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주 사프리에서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참석한 행사에서 문제의 동상이 공개됐다.
이 동상은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루이지 메르칸티니의 작품 ‘사프리의 이삭 줍는 사람’을 모티브로 했다. ‘사프리의 이삭 줍는 사람’은 1857년 사회주의자 카를로 피사칸의 실패한 나폴리 원정기를 그린 시다. 시 속에 등장하는 이삭 줍는 여성은 바다를 바라보며 원정에 나섰다가 죽은 300명에 대한 애착을 담아 노래하며, 이탈리아에서는 애국적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의 동상은 마치 투명하게 비치는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조각됐다. 여성 신체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지역 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 그룹은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동상에 대해 “영혼도 없고, 이 이야기의 정치적·사회적 문제와 관련이 없는, 성적으로 묘사된 우리 자신을 보게 되는 부끄러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동상을 만든 조각가는 발끈했다. 조각가 에마누엘레 스티파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나 자신과 역사와는 아무 상관 없는 모든 종류의 비난에 시달렸다”면서 “조각상을 만들 때 항상 성별과 관계없이 인체를 최대한 적게 가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동상의 경우, 해안가에 위치해야 했기 때문에 바닷바람을 이용해 긴 치마를 움직여 몸을 돋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작을 지원한 안토니오 젠타일 사프리 시장도 “작품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누구도 작품을 비판하지 않았다”고 옹호했다.
현지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로라 볼드리니 의원의 말에 동의한 누리꾼들은 “이삭 줍는 여성이 멋진 뒤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럼 미켈란젤로도 성차별주의자냐. 여성의 몸을 조각하는 것이 성차별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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