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공언했던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어기는 정책이 나와 자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카불대 총장 모하마드 아슈라프 가이라트는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카불 대학 총장으로서 제 말을 전한다”며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이슬람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여성들이 대학에 오거나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이 먼저다”라고 밝혔다.
카불대의 새로운 정책은 앞서 탈레반이 밝힌 교육 정책과도 상충된다.
탈레반은 지난달 중순 아프간을 재집권한 뒤 여성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압둘 바키 하카니 고등교육장관은 이달 12일 “아프간 대학들은 성별에 따라 분리될 것이고 새로운 복장 규정이 도입될 것이다. 탈레반은 20년 전으로 되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것을 기반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해야 하며 대학에 남녀 강의실 분리, 수업 종료시간 차이 적용, 여학생은 여교사가 수업 등의 지침을 내렸다. 실제 이렇게 운영 중인 대학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뒤엎는 카불대 총장의 발언으로 탈레반 통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수만명의 공립대 학생들이 휴교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으며 해외에서 교육받은 교수와 강사들도 탈레반의 규제를 우려해 자리를 떠났다. 탈레반 정부는 학력 미달의 종교 순결주의자들을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전 정부의 고등교육부 대변인이자 카불대 언론대 강사였던 하미드 오바이디는 “희망은 없다. 전체 고등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며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아프간 교사 노조는 지난주 탈레반 정부에 가이라트 총장의 임명 철회 요구서한을 보냈다. NYT가 접촉한 가이라트의 동창 중 일부는 그를 “극단주의자 견해를 가진 고립된 학생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가이라트 총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아나. 시간을 두고 판단해달라”며 “저는 15년 간 탈레반을 위한 문화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것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탈레반 수석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가이라트 총장의 발표에 대해 “그만의 생각”이라고 하는데 그쳤다. 여성들에 대한 제한 조치가 언제 사라질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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