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모하마드 다우드 술탄조이 전 카불 시장이 현재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아와 굶주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술탄조이 전 시장은 2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의 철수 이후 어두워진 아프간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백만 명이 빈곤선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올해 5세 이하 아프간 어린이 100만 명이 극심한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아프간 내 수천 개의 의료 시설이 자금 부족으로 인해 의료 장비 구입과 급여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 릭 브레넌 WHO 지역 비상국장은 “아프간 2300개 시설 중 90%가 빠르면 이번 주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술탄조이 전 시장은 아프간 사람들이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을 위해 진정 성취한 게 무엇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20년 간의 전쟁을 치르고 20년 간의 사상자가 나온 끝에, 우리는 왜 갑자기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프간인들은 미쳐버리거나 현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물을 여유조차 없다고 전했다.
술탄조이 전 시장은 “아프간 사람들은 지금 알지 못하는 것들과 씨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경제와 사람들의 일상, 소녀들과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자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카불 시장에 취임했던 술탄조이는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정치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카불에 남아 있었다.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한 다음 술탄조이 시장에게 전화해 안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곧 업무를 재개했고, 탈레반 고위급 인사인 함둘라 노마니가 신임 카불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줄곧 출근하고 있다.
탈레반 점령 이후 거의 모든 시청 직원들이 전통 아프간 의상을 입고 있지만, 술탄조이는 계속 고집스럽게 양복을 착용하고 있다.
술탄조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카불 시민들에 대한 책임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라며 탈레반의 정치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아프간에 남기로 한 그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노마니 현 카불 시장 역시 탈레반 지도부가 술탄조이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 시장과 부시장, 다른 국장들은 정직하고 좋은 기록을 가졌다”면서 “그들은 전부 우리의 친구이다. 이 자리들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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