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가스료-伊 전기료 등 줄줄이 인상… 유럽, 에너지난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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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이 전체 발전량 16% 차지, 올해 바람 줄어 전력 공급량 차질
로이터 “소규모 기업 파산 잇달아 비료공장 가동중단, 식량 생산 차질”
친환경 에너지 전환 논란 가열

유럽의 에너지난이 심각해지면서 전기와 가스 등 각종 에너지 요금이 급등했다. 난방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열풍이 이번 에너지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유럽의 기후변화 정책이 차가운 현실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에너지규제위원회는 천연가스 가격을 10월부터 12.6% 인상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미 올해 1∼9월 44% 인상됐지만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11월에도 15%가량 더 인상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시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리옹에 사는 로랑 씨는 공영 프랑스앵포에 “4인 가족 기준으로 2010년엔 연간 900유로(약 123만 원)였던 가스 비용이 2019년 1300유로, 올해 들어선 2000유로(약 274만 원)로 급등했다”고 하소연했다.

이탈리아도 최근 4분기(10∼12월) 전기와 가스 공급 가격을 전 분기 대비 각각 29.8%, 14.4% 올린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연간 100유로(약 13만7000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페인은 지난달 평균 전력 도매가격이 6개월 전보다 약 3배 증가해 MWh(메가와트시)당 175유로(약 24만600원)였고, 영국도 지난달 전력 도매가격이 MWh당 540파운드(약 86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자 지난달 영국 빌링엄 등 대규모 비료공장 2곳의 가동이 중단됐고 스페인 최대 철강업체 셀사, 영국 철강업체 연합기구인 유케이스틸의 일부 공장도 멈춰 섰다. 로이터통신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소규모 기업들이 파산하고 있다”며 “비료공장 가동이 중단돼 식량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EU)은 전체 발전량의 약 16%를 풍력에 의존한다. 그런데 올해 예년보다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천연가스 수요가 늘었다. 수요 급증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네덜란드 천연가스 거래소에서 올해 MWh당 16유로였던 가스 가격은 지난달 중순 75유로로 368%나 올랐다.

유럽 천연가스 사용량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러시아가 시베리아 가스 시설 화재를 이유로 공급을 줄인 것도 가격 급등에 영향을 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를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쥐고 EU를 길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례없는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급속한 전환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태양열과 풍력 발전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반면 그에게 맞서는 유력 후보 미셸 바르니에 전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자력 에너지 감축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탄소중립 추세 속에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기후에 좌우되는 특성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에너지난#유럽 비상#에너지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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