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간부 인사에선 (제1, 제2 파벌 수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부총리 배려가 두드러졌지만 내각 인사는 노장과 젊은층 균형을 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칼라’ 연출에 주력했다.”
아사히신문은 4일 기시다 내각 인사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조각에서 20명 각료 중 11명을 직전 아베 내각 인사로 채웠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외교안보 라인을 포함한 3명만 스가 내각 인물을 임명해 차별화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한국과 관계에 관여가 많은 부처 각료의 면면을 보면 ‘아베 칼라’가 짙게 배어있는 게 특징이다.
●한일 관계 관여 각료들은 ‘아베 색’
신설된 경제안보담당상에는 3선의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47) 전 방위성 정무관이 임명됐다. 재무성 관료였던 그는 2012년 12월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했을 때 정계에 입문한 ‘아베 키즈’다.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 전 총리가 “이념적으로 가깝다”고 한 여성 극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의 입후보 추천인으로 나섰다.
기시다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기술과 데이터 유출 방지 등 경제안보가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경제안보 담당 부처 신설을 공약했다. 고바야시 담당상은 외무성, 방위성, 경제산업성 등 정부 부처를 넘나들며 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발표하며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미비’라는 경제안보 이슈를 명목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정부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59) 관방장관은 아베가 이끄는 호소다파 출신으로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를 수정할 것을 주장해 왔다. 2012년 아베 전 총리와 함께 미국 뉴저지 주 지역신문에 ‘우리는 사실들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일본군 위안부 의견 광고를 내기도 했다. 광고에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며 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임된 기시 노부오(岸信夫·62) 방위상은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이다. 그는 일본의 핵무장 검토에 찬성하고,현직 방위상으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8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가 기시 방위상을 유임시킨 것은 자신을 지지해 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배려로 해석된다. 역시 유임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6) 외상은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이 해법 가져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의 복심’으로 불리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58) 전 문부과학상은 경제산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제산업성은 2019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실무를 총괄한 부서다. 하기우다 경제산업상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대체하는 새 담화를 발표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처음 입각한 스에마쓰 신스케(末松信介·66) 문부과학상은 군대 보유 금지 및 교전 불인정을 규정한 헌법 9조를 포함한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자민당은 당론으로 개헌을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 9조를 포함한 개헌에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헌법 9조를 포함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를 강조하는 온건파 정치인이다. 이념적 색채도 강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제 목소리를 내려면 가을 중의원 선거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노 진영 인사들은 배제돼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보와 맞선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행정개혁담당상을 지지했던 주요 인사들은 각료 인사에서 배제됐다. 고노는 자민당 홍보본부장에 임명됐다. 외상, 방위상 등 핵심 각료를 지낸 인물이 자민당 핵심 간부인 ‘당 4역’도 아닌 홍보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격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고노 지지를 밝혔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입각하지 못했다. 이시바파의 나머지 16명 의원 모두 입각에 실패했다. 역시 고노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은 이번 인사에서 재입각하지 못했다. 여성 각료는 스가 내각에서는 2명이었으나 기시다 내각에선 3명으로 늘어났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는 사이토 데쓰오(齊藤鐵夫) 의원이 국토교통상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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