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 부문에서 전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기존의 대중(對中) 강경책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높은 관세 수준을 당분간 이어가고 동맹국들과의 공조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 오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향후 미국의 대중 무역 기조를 공개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는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가 얼마나 지켜지는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중국은 농업 등 미국 산업계에 혜택을 주는 약속을 했는데 우리는 이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중국은 2020~2021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고 미국은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1단계 무역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중국의 이행률이 약속과 달리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타이 대표는 전임 행정부 때 맺은 합의의 이행을 중국에 촉구함으로써 사실상 기존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 대표는 “1단계 합의 때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의 국가 중심적이고 비(非)시장적인 무역 관행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1단계 합의를 논의하면서 이런 광범위한 정책적 우려를 중국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이 대표는 “우리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필요하면 새로운 수단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현재 중국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 이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타이 대표는 연설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서 ‘무역법 301조 발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이 있다. 301조는 아주아주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조사한 뒤 고율 관세 등의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항이다. 다만 타이 대표는 중국과의 대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나는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려 한다”며 “우리 목적은 중국과 무역 긴장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타이 대표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 때부터 구사하고 있는 강경한 대중 무역 정책을 당분간 고수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중 무역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 전 이뤄진 브리핑에서도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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