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속 집값도 들썩…뉴욕 아파트, 32년 만에 최다 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6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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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미국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국 주재원 A 씨는 지난달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재계약을 하려다가 진땀을 뺐다. 월세 가격이 1년 전보다 한 달에만 1000달러(약 119만 원) 이상 올라갔기 때문이다. A 씨는 황급히 다른 지역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적당한 곳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A 씨는 “월세가 저렴한 곳은커녕,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 자체를 찾기가 힘들었다”며 “높은 월세를 부담하는 대신 생활비를 아끼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차갑게 식었던 대도시 지역의 집값과 임차료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 시간) 미 부동산서비스업체 더글러스엘리먼과 코코란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4523건으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집값이 사상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3939건)보다 많은 수치다. 3분기 맨해튼 아파트의 전체 거래액도 95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 구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액 현금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매물이 나올 때마다 매수자 간에 치열한 입찰 경쟁이 붙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부동산 전문가들을 인용해 “집에 대한 수요가 강하지만 매물은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이라며 “주택 마련을 희망하는 사람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미 전역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는 7월에 전년 동월대비 19.7%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집값 상승세에 보조를 맞춰 주택 임차료 역시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임차료 평균을 나타내는 ‘질로우’ 지수는 8월에 전년 대비 11.5% 올랐다. 이 지수는 팬데믹 이전에도 연간 상승률이 3% 안팎에 불과했고 작년 가을에는 0%대로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미국의 주택 임대 플랫폼업체인 줌퍼는 지난 주 보고서에서 작년 3월 이후 미국의 임차료가 평균 10% 이상 올랐다면서 “상승률이 두 자리 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과열은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와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원인이지만 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주거 공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택을 사거나 임차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주택 건설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목재 등 건축자재 공급이 원활치 않고 집을 지을 수 있는 노동력이 부족한 것도 주택 품귀 현상을 낳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전역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와 운송비가 늘어 소비재 가격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공급망 붕괴’ 현상은 최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사태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미 당국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최소 몇 달 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5일 CNBC방송에 출연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면서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그렇다고 몇 달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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