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년 국제기구 분담금 7800억 원…韓직원은 턱없이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6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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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국·OECD 내 우리 직원 비율 1.0%·1.2%
WTO는 단 4명 근무
인력 파견 등 정책적 지원 시급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동아DB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동아DB
우리 정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 낸 분담금이 자난해만 7800억 원에 달했지만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은 분담금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국민 혈세로 매년 분담금을 늘리고 있지만 그에 맞춰 인력 파견 등 정책적 지원은 부재해 ‘비용 대비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외교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정부는 33개 정부 부처에서 7800억 원의 분담금을 국제기구에 냈다. 2019년(6407억원)과 비교해 20.8% 늘어난 것.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분담금을 늘리겠다”는 기조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분담금 액수는 늘었지만 기구에서 일하는 우리 국민의 수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이번에 한국의 분담률 및 직원 비율이 모두 공개된 주요 국제기구 10곳 가운데 9곳에서 직원 비율이 분담률보다 낮았다. 분담금 액수 1, 2위인 유엔사무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분담률은 각각 2.3%(2073억 원), 3.5%(146억)였지만 직원 비율은 1.0%(129명), 1.2%(46명)에 그쳤다. 유엔사무국의 경우 분담률 순위 11위인 우리나라(129명)보다 12위 호주(235명), 13위 스페인(448명)의 직원 수가 훨씬 많았다.


‘무역 전장’ 세계무역기구(WTO)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우리 분담률은 2.9%(74억 원)였음에도 직원은 4명(0.6%)에 불과했다. 10개 기구 중 국제해사기구(IMO)만이 분담률(1.0%)보다 직원 비율(2.6%)이 높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늘리는 방안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기구 내 위상 제고 계획을 거듭 내놨다. 그러나 세부 정책이 부재하고 관리·집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없어 실제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외교부 주관으로 열리는 ‘국제기구분담금 관계부처 협의회’의 경우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연 1회 수준으로만 진행돼 분담금 관리 문제 역시 꾸준히 지적됐다.

이 의원은 “분담금 증액보다 더 중요한 게 실제 우리 국민이 기구에서 얼마나 의미 있게 일하고 있느냐”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우리 국민의 기구 진출을 지원하고 판을 깔아주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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