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60년 동안 푹 빠져서 연구해왔다. 자신이 호기심을 가진 분야를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5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마나베 슈쿠로(眞鍋淑郞·9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이처럼 조언했다. 1931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대 이학(理學)부를 졸업했고, 1958년 도쿄대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60년대 지구 대기의 상태 변화를 컴퓨터로 재현하면서 기후변화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1975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그는 “기후변화 연구가 중요해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노벨물리학상은 우주와 소립자 분야 수상자가 많고 나처럼 기후학자가 선정되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 수상자 폭이 넓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후변동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해도 한 국가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각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본에서는 서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일본인이 ‘예스’라고 해도 ‘노’를 의미할 수 있어 매우 복잡하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다른 사람에 맞춰서 사는 편이 아니어서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과거 행적도 조명받고 있다. 마나베 씨는 젊은 시절 의사를 꿈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1987년 일본 기상학회 기관지에 실은 글을 보면 “친척이 모두 의사라서 최초에는 의사가 되려고 생각했다”는 글이 실려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하지만 손놀림이 서툴러 포기하고 기상학 연구를 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나는 머리가 좋지는 않다. 다른 사람이 수긍한 것에도 ‘잠시 기다려 달라’며 끈덕지게 생각을 계속해 왔다. 그게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낳았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2년 만에 또다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5일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마나베 씨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의 업적에 마음으로부터 경의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6대 일간지는 6일 조간 1면 머리기사로 모두 마나베 교수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NHK는 “일본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미국 국적자를 포함해 28명째, 물리학상은 12명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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