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간 이어졌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단 한 명의 미군 실종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적진에 남겨두거나 포로로 잡힌 미군이 없고 사망한 경우라도 유해를 수습해 모두 신원을 밝혀냈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이 치른 주요 전쟁들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전쟁터에 남겨진 군인들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시 고국의 품으로 데려오는 것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극진한 예우를 다하는 미국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프간전에 투입됐던 퇴역 육군 대령 크리스토퍼 바넥은 NYT에 “아무리 계급이 낮고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군인이라도 미군은 실종자를 찾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들의 구출이 우리에게는 우선순위였다”고 했다. 바넥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6년반을 복무했으며 그동안 다수의 실종자 수색과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
물론 아프간 전쟁에서 실종자가 없었던 데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아프간 전쟁에서는 과거처럼 한꺼번에 많은 군인이 전사하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 정글 지대가 많았던 베트남과 달리 탁 트이고 건조한 땅이 많아 실종자를 찾기가 용이했다. 유전자(DNA) 분석 기술이 발달해 수습한 시신의 신원을 밝혀내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징병제가 끝나고 직업군인들의 시대가 오면서 미군의 문화가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전투에 참여하는 군인들의 사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진에 고립돼 구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시신이라도 찾아오는 것이 나라의 신성한 의무처럼 됐다는 것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는 2500명, 한국전쟁에선 8000명의 미군이 각각 실종됐는데도 수색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탈영했다가 탈레반에 생포된 보 버그댈 이병의 구출 사례다. 당시 버그댈 이병을 구출하다가 몇몇 군인들이 부상을 입자, 바넥 전 대령은 상부에 “한 명의 병사를 구출하는 데 드는 희생이 너무 큰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 지휘관은 바넥에게 “조국이 한 명도 전쟁터에 남겨두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사실을 여기 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받았다. 이후 구출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해군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지미 해치(53)는 작전 과정에서 크게 다쳐서 전역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입기도 했다. 미국은 2014년 포로 교환으로 수감 중이었던 탈레반 대원을 내어주면서 버그댈 이병을 복귀시킬 수 있었다. 해치는 지금도 “그를 구출하려고 시도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우리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동료애를 중시하는 분위기는 미군 전반에 퍼져 있다. “우리는 한 명의 동료도 적군의 손아귀에 남겨놓지 않는다”는 것은 원래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의 신조였지만 곧 미군은 물론 미국 사회 전체로 확산됐다. 미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도 전투에서 공을 세운 군인보다는 남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던진 군인에게 더 많이 수여됐다. 다만 도덕적인 명분이 불분명한 전쟁에서 모두를 규합할 수 있는 가치를 찾다보니 동료애가 강조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