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다. 영국이 에너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무릎 꿇고 구걸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영국 유명 금융전문가 겸 방송인 빌 블레인은 최근 영국이 직면한 에너지 부족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며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이 경고했다.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42%인 영국은 최근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등으로 전력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국제 석탄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데다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을 앞두고 있어 에너지 위기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지면 일부 중산층과 빈곤층이 난방을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발전용 원료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오랫동안 유럽과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5일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을 일컬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왕’이 됐다. 에너지 때문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지각판이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겨울이 매우 길고 추워서 ‘미친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NYT는 별도 기사를 통해 최근의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및 석탄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미 유가는 2014년 이후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수요 또한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도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를 부채지하고 있다.
이 위기가 아시아와 중남미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중국의 강철, 알루미늄, 유리, 시멘트 산업이 에너지 위기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력 발전 비중이 높은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은 최근 가뭄 등으로 강의 수위가 낮아져 역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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