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성으로 첫 미국 연방고법 판사에 지명된 루시 고(고혜란·53)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판사에게 “한국인의 근면성실한 직업윤리(hard work ethic)”라는 표현으로 축하를 건넨 백인 남성 상원의원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6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88·공화·아이오와)은 “당신의 한국 출신에 대한 언급은 내 며느리가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며느리는 ‘내가 한국인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근면성실한 직업 윤리예요. 무(無)에서 많은 것을 창조해낼 수 있던 방법이죠’라고 말했다”며 “당신과 당신네 사람들(한국계)에게 축하를 건넨다”고 했다. 이에 고 판사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앞서 고 판사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며 어머니가 북한 출신이며, 1970년대 가족들과 미국에 건너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칭찬’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원 내 아시아태평양계 의원들의 모임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 중국계 주디 추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선의였다 해도 커뮤니티 전체에 어느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편견이다. 한 그룹의 모든 구성원을 동일하게 대하는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마저 책임지게 만드는 학대와 같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아시아계 미국인 전진하는 정의’도 “발언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겉으로 온건해보이는 고정관념도 피해와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성명을 냈다.
그래슬리 의원 대변인실은 “누군가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기 위한 말이었다. 그래슬리 의원은 한국계 며느리가 있는 사람으로 고 판사의 이민사에 공감을 표하고자 이야기를 건넸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백악관은 고 판사를 제9연방항소법원 판사에 지명하며 “연방고법 판사로 재직할 첫 한국계 여성”이라며 “미국의 다양성을 법원에 반영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했다”고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WP는 최근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모범적인 아시아계가 흑인이나 히스패닉, 원주민들보다 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념이 유색인종 사이의 분열을 일으키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진정한 도전을 지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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