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군, 대만서 최소 1년간 군사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8일 0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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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소수의 병력을 대만으로 보내 최소 1년간 대만 군인들과 군사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이런 군사적 움직임이 사실로 확인되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미중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WSJ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 특수부대와 소수의 해병대 병력이 대만 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해왔다고 보도했다. 약 20명의 미군은 적어도 1년간 대만의 지상군과 해병대 훈련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병력 규모는 작지만 미군의 대만 파병은 유사시 미군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와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제기돼온 상황에서 대만의 방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첨단무기 판매를 승인하며 대만 군사력 확충을 지원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나흘간 J-16 전투기와 H-6 폭격기를 포함해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들여보내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깊이 우려한다”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국방부 내에서는 중국이 앞으로 6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대만과 미국 간 밀착이 강화되면 그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궈정 대만 국방장관은 6일 “중국이 2025년 이후 대만에 대한 전면적 침략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미군의 대만 내 훈련과 관련한 WSJ의 공식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대만 내 미군은 순환(rotational) 병력으로, 운용 스케줄은 가변적이라는 게 미국 측 한 당국자의 설명이다.

중국 전문가인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대만은 지난 15년간 국방 분야에 소홀했다”며 “군사적 충돌이 시작될 경우 한 시간 안에 파괴될 장비를 비싼 값에 사들이면서도 베이징의 전쟁 계획을 교란시킬 정예화된 병력이나 대함 미사일 같은 분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올해 안에 개최될 예정인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급격히 고조돼온 양국 간 갈등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이지만,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경우 논의의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대만과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중국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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