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단이 현지 시간으로 오는 9~10일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탈레반 대표단과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갖는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 고위급과 탈레반 고위급이 공식 접촉하는 건 지난 7~8월 두 달 사이 일어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점령과 미국의 아프간 완전 철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측 대표단에는 국무부 톰 웨스트 부장관보, 대외원조기관인 미 국제개발처(USAID) 고위 관리 사라 찰스,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프간 특사로 수년간 탈레반과의 대화를 주도해온 잘메이 칼릴자드는 이번 대표단에 포함되지 않는다.
탈레반 측에서는 각료들이 참석한다.
의제로는 미국 시민과 조력자 등의 안전한 이동 보장과 납치된 미국인 마크 프레리치스(Mark Frerichs) 석방 관련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현재 아프간의 심각한 경제 위축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아프간 영토가 알카에다나 다른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탈레반이 지키도록 하는 것도 우선순위 의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우리가 중대한 국익 관련 탈레반과 진행해온 실용적인 대화의 연장 선상”이라며 “이번 회담은 (탈레반 정부) 인정이나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레반은 합법성을 그들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들은 계속해서 기록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에 따라, 지난 4월 아프간 철군을 발표했다.
미국이 올해 5월을 기점으로 아프간 최장기 전쟁을 끝내는 대신, 탈레반은 아프간을 테러리스트들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게 평화협정의 골자였다.
미국과 미·유럽 연합군인 나토 병력, 영국군은 5월부터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고, 철군이 90%가량 이뤄진 지난 8월 9일부터 탈레반이 진격을 강화해 약 일주일 만에 수도 카불과 대통령궁을 점령하며 아프간을 다시 장악했다.
우려와 혼란 속 결국 미군은 8월30일 밤 11시59분 마지막 비행기를 끝으로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후 탈레반은 지난달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하고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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