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재임중 8번째 이스라엘 방문
“獨 약속 지킬것” 과거사 책임 강조
메르켈, 수차례 ‘독일의 범죄’ 사죄
16년의 임기 끝에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임 중 8번째 이스라엘 방문에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사건을 다시 한번 사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戰犯)국에서 ‘유럽의 구심점’으로 변모한 독일의 뼈저린 과거사 인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 메르켈 총리는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바솀 박물관을 찾았다. 최근 메르켈 총리는 미국 워싱턴, 러시아 모스크바, 바티칸 등을 고별 방문하며 정상들에게 각별한 작별 인사를 전했는데 이스라엘을 빼놓지 않은 것이다.
야드바솀은 홀로코스트 희생자 600만 명의 죽음을 기리는 곳이다. 메르켈 총리는 추모의 전당에 있는 ‘영원의 불꽃’에 불을 붙인 뒤 헌화했다. 그는 “야드바솀에 올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한다. 이곳에 기록된 범죄는 독일인이 지고 있는 책임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스라엘 방문 일정 내내 사죄했다. 이날 베네트 총리와의 개인 면담에서는 “독일이 홀로코스트 이후 이스라엘과 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이스라엘 안보는 모든 독일 정부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각료회의에도 참석해 “홀로코스트는 역사의 모든 국면에서 우리가 책임을 통감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에 베네트 총리는 메르켈을 “유럽의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칭송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거에도 틈날 때마다 사죄했다. 2008년 이스라엘 의회에서는 “홀로코스트는 수치스러운 기억”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2019년에는 폴란드의 옛 아우슈비츠 수용소 자리에서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에 마음 깊이 부끄럽다”고 했다.
2차 대전은 1945년 끝났지만 독일은 76년이 지난 현재도 나치 청산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8일에는 올해 100세인 과거 나치 수용소 경비원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홀로코스트 가해국과 피해국인 독일과 이스라엘은 1965년 수교를 맺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정부는 전쟁 및 외교적 위기에서 이스라엘을 견고히 지원해왔고, 양국은 수십 년간 따뜻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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