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펀드-보험사 등 25곳 대상
무리한 대출-투자 여부에 포커스
WSJ “시진핑 집권 이후 최대규모”
중국이 금융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관리감독에 나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특히 몇몇 금융사가 당국의 눈 밖에 난 디디추싱, 앤트그룹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 많은 대출을 해줬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내년 10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광범위한 시도라고 WSJ는 분석했다.
현재 중국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국영은행, 민간은행, 국부펀드, 보험사 등 25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대출, 투자, 규제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파산 위기에 처한 부동산기업 헝다, 당국의 반대에도 6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했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지난해 말 당국의 반대로 홍콩 증시 상장이 전격 취소됐던 핀테크 회사 앤트그룹 등과의 거래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앤트그룹의 모회사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당국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란 용어로 비판해 큰 곤욕을 치렀다.
헝다에 최근 몇 년간 10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을 대출해준 중신그룹은 이미 조사를 받고 있다. 1970년대 말 설립된 중신그룹은 공격적 투자로 유명하며, 중국에 미 뉴욕 월스트리트 문화를 전파한 기업으로 꼽힌다. 25개 금융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는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이후 최대 규모라고 WSJ는 전했다. 앞서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이미 지난달 말 “어떠한 정치적 일탈도 낱낱이 조사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했다.
금융계 규제 강화의 이면에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영향력 약화 또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 주석 집권 1기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을 지휘했던 왕 부주석은 당시 국영 건설은행을 중심으로 권력 기반을 다졌다. 이로 인해 금융계는 그간 기율위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최근 왕 부주석의 측근이자 하이난항공(HNA)그룹을 이끈 유명 기업인 둥훙(董宏)이 약 800억 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왕 부주석의 입지가 대폭 축소됐다. 당국은 건설은행과 하이난항공의 대출 거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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