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가 13일(현지 시간) 미국은 대중국 견제 목적으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를 당분간 확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이 중국을 의식해 쿼드 가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온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쿼드 회원국들도 한국 등 주변국들에 선뜻 문을 열어줄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것.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미국의 쿼드 참여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가입 문제를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쿼드(회원국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9월 쿼드 정상회담 후 미국 측이 쿼드에서 회원국을 확대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회원국을 4개국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쿼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이 대사는 특히 “쿼드는 좀 더 공고화한 뒤 외연 확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 참여를 논하는 것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에 쿼드,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파이브아이즈(서구 5개 국가들의 정보동맹)’ 같은 안보 협의체들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그런데도 한국은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틀 속에 갇혀서 한국이 아무데도 속해있지 않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사는 “미국은 한국이 갖고 있는 복잡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이 거꾸로 미국이 하자는 대로 다 할 경우 과연 미중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고 묻는 인사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은 과거같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복잡한 게임 속에서 한국을 보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이 미묘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 이 대사는 “한일 관계가 어려운 원인이 한국에 있다고 보는 인식은 단언컨대 지금은 없다”며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 문제에서 일본이 너무 강경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미 측 고위인사와 15차례 대사관저 대면 협의를 했는데 이중 7, 8차례는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미국도 현재 상황과 한국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일본은 미국이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대북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적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전날 워싱턴에서 진행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협의 내용을 두고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종전선언 언급이 없었다”며 “한미 간 시각차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진 의원도 “미국은 이 문제에 회의적이고 신중한데 우리가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무리하고 조급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이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어서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고 한 사실을 거론하며 “국가안보를 담보로 외교적 도박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종전선언은 수단이고 과정”이라며 “지금 북쪽이나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못하면서 평행선만 달리고 있어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윤건영 의원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으로 가는 입구라고 정부는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 자체가 목표인 듯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은 야당의 일부 대선주자가 내놓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미국 정책에 무지한 것이 놀랍다”며 표를 의식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대사는 “지금 미국은 전술핵 배치를 고려한 적이 없고 고려 의향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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