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20년 간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된 전·현직 미군들 중 후유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들의 수가 3만 명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 연구소가 정부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토대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가운데 3만17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사자 수인 7057명의 4배가 넘는 숫자다.
보고서는 참전자들의 자살률이 민간인들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18살~34살 전·현직 군인들의 자살률은 같은 연령대의 민간인보다 2.5배 높았다. 보고서는 2001년 테러 이전에는 군인들의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군인들의 전쟁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군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요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쟁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외에도 군대 특유의 문화와 훈련 방식, 지속적인 총기 사용, 전장에서 복귀 후 일상생활 적응의 어려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 적대세력의 급조폭발물 사용 증가로 인해 외상성 뇌손상 발생이 늘어났고, 의학 기술의 발달로 부상자들이 복귀하는 대신 치료 후 전선에 다시 투입되는 경우가 늘면서 복합적 트라우마 발생 상황에 노출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과 참전자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적어졌고 이는 참전자들의 사회 복귀에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타임즈는 “전쟁 이후 참전 용사들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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