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동안의 저성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각 당의 선거 공약에서 성장 전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20일 ‘30년 간 늘지 않는 임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물가 수준을 고려한 구매력 평가 기준 일본의 2020년 연평균 임금은 3만8514달러(약 4500만 원)로 35개 회원국 중 22위다. 1990년부터 30년 동안 일본 임금은 4.4%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90% 급증했고, 미국은 47.7%, 영국은 44.2% 올랐다. 한국의 연평균 임금 액수는 이미 2015년에 일본을 추월했고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는 한국이 일본보다 연간 38만 엔(약 390만 원) 더 많았다.
일본의 임금이 늘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1990년대 약 20%에서 최근 거의 두 배로 늘어날 정도로 고용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거품경제 붕괴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마모토 이사오(山本勳) 게이오대 상학(商學)부 교수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당시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와 임금삭감을 진행해 비판을 받았다. 최근 실적이 좋아져도 임금 인상을 자제해 위기 때 해고와 임금 인하를 막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 전체로 봐도 활력이 떨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하지만 1990년과 비교할 때 미국의 GDP는 3.5배로, 중국은 37배로 늘어났지만 일본은 1.5배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세계 4위인 독일은 2.3배로 늘었다.
2012년 12월 발족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대규모로 엔화를 시장에 공급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성장을 꾀했다. 당시 1만 엔대였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최근 3만 엔 전후까지 올라갔고, 기업 실적도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는 그 이유로 ‘기업의 성장전략 실패’를 지적했다. 일본 기업이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했고, 생산성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본생산성본부 조사 결과 2000년에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제조업 생산성은 2018년에 16위로 떨어졌다. 아사히는 “중의원 선거에서 여야당이 중·저소득층에 대한 분배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성장 전략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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