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나치 전범, 심판대 올랐다… 1만1000명 학살 가담 혐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0일 20시 48분


독일 사법당국이 도주한 96세 여성 나치 전범을 체포해 법정에 세웠다.

독일 주간 슈피겔 등에 따르면 북부 이체호 지방법원은 나치의 1만1000명 학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름가르트 푸슈너에 대한 재판을 19일 시작했다. 지금까지 재판을 받은 나치 전범 가운데 여성은 푸슈너가 처음이다.

푸슈너는 1943¤1945년 폴란드 북서부 도시 그단스키 일대에 설치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했다. 이 수용소에는 최소 6만 명 이상의 유대인, 폴란드인 등이 포로로 잡혀와 독가스 주입으로 집단 학살됐다. 당시 푸슈너는 아돌프 히틀러의 심복이자 해당 수용소 사령관이었던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로 일했다. 그녀는 전쟁이 끝난 후 성을 푸르샴에서 푸슈너로 바꿨다. 나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마다 혐의를 부인했지만 조사 끝에 당시 포로 명단 등을 관리하는 등 나치의 학살을 직접 도운 것으로 확인돼 올해 2월 기소됐다.

당초 푸슈너의 재판은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재판 직전 그녀는 택시를 타고 함부르크 외곽으로 이동해 국경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몇 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고 이날 법정에 서게 됐다.

법정에 들어선 그녀의 모습은 현지 언론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그녀는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고 선글라스까지 써서 얼굴을 감췄다. 판사의 지시에 따라 스카프와 선글라스가 벗겨졌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96세 고령의 여성임이 드러났다.

앞서 이달 7일에는 소련군 포로 학살에 가담한 나치 친위대 경비원 요제프(100)의 재판이 열렸다. 외신들은 요제프와 푸슈너의 재판이 나치가 저지른 만행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독일의 과거 청산 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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