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위기 확산에…中 부동산업체 잇단 파산에 채권 가격 폭락

  • 뉴시스
  • 입력 2021년 10월 22일 10시 09분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가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헝다 뿐 아니라, 신디·판타지아 등 다른 업체들에서도 채무 불이행(디폴트)으로 인한 파산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산 고수익 채권 시장에서도 진통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중국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달러화 채권 디폴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중국 국제 고수익 채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은 시장의 총 미지급 부채 1970억 달러(232조1645억원) 중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채권은 헝다 그룹이 지난달 말부터 달러화 채권 채무 상환을 생략하고 경쟁사인 판타지아 홀딩스 그룹도 이달 초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서 10년 만에 최악의 매도세를 이어왔다. 이후 최소 4개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디폴트했거나 투자자들에게 채무 상환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헝다가 지난달 23일 상환했어야했던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984억 475만원)의 30일 유예기간이 이번 주말로 종료된다. 투자자들은 헝다가 쌓여있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중국 고수익 채권 평균 수익률은 지난주 23%를 상회했고 이달 20일 기준으로도 20.3%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치가 낮아져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도세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3일에는 채권 평균 가격이 21%나 폭락해 2011년 10월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BCA리서치의 중국 전략가 징 시마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개발자들이 발행한 고수익 채권을 원치 않음에도 처분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미래와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의 대응 부족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미결 이자와 원리금 지급을 일일이 감시하고, 최고재무책임자에게 해당 회사가 계획대로 빚을 갚을 것인지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XA(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짐 베누 아시아 고정수익 책임자는 “이제 우리는 모든 채권과 다가오는 만기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에는 중국 모던랜드가 2억5000만 달러의 채권 만기를 맞는다. 그러나 이들은 채무를 상환할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어 금융 자문위원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차이나프로퍼티 그룹은 이달 15일 만기였던 2억2600만 달러 채권 상환을 하지 못했다. 소규모 개발업체 시닉 홀딩스는 지난주 2억4600만 달러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뒤 ‘선택적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이어지는 채무불이행에 해당 업체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기도 했다.

메이뱅크 자산운용의 라차나 메타는 “개발업체들의 채권 수익률이 계속 상승할 경우 국제 채권시장에서 다가올 만기에 대한 재융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현금을 보존하기 위해 부채상환을 생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 60억 달러 이상의 부채가 만기를 맞는데, 이는 이달 22억 달러보다 높은 수치인 것을 비교하며 재융자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개발업체가 내놓은 부동산 판매량도 이미 연간 기준으로 20~30% 이상 감소했고 이런 둔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무디스 역시 수많은 개발업체들의 투기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전망을 앞세웠다. 자금사정이 빠듯한 가운데 소비심리까지 위축돼 향후 6~12개월 동안은 부동산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이뱅크 자산운용의 메타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부문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려면 업체들에게 새로운 채권이 발행되거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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