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메르켈 “정권 바뀌어도 평화롭게 잘 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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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가 지난달 26일 총선 후 첫 인터뷰를 갖고 집권 기독민주당의 총선 패배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타협과 절충이 사라진 정치풍토, 민족주의 득세, 중국의 부상 등에 따른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미래를 걱정했다.

메르켈 총리는 22일(현지 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인터뷰에서 ‘사회민주당 인사가 새 총리가 되면 잠을 잘 잘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가 정치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평화롭게 잘 잘 수 있다”고 답했다. 퇴임 결정이 기민당 지지자를 잃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한 결정”이라며 “퇴임 결정은 오판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일한다”고 했다. 임기 내 최대 위기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꼽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도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기민당은 총선에서 24.1%를 얻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25.7%)에 패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63)는 녹색당 등과 함께 연정 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 6일 그가 새 총리로 취임한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11월 자신이 처음 집권했을 때와 현재의 정치 환경, 국제 정세가 매우 달라졌다고 평했다. 그는 “당시 스마트폰도 없었고 페이스북은 1년 됐고 트위터는 1년 후 탄생했다. 현재 언론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런 변화가 정치적 의사소통을 변화시켜 민주주의적 타협과 절충에 갈수록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조3000억 달러로 독일(2조8000억 달러)보다 적었지만 현재 중국(14조7000억 달러)이 독일(3조8000억 달러)보다 훨씬 크다며 “독일의 역할이 줄고 있다. 계속 중요한 국가로 남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를 떠난 영국에 이어 폴란드 등에서도 EU 탈퇴론이 고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유럽 내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을 하나로 묶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집권 내내 바지 위에 다양한 색깔의 재킷을 입었던 그는 재킷을 박물관에 전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하지 않겠다. 정기적으로 헌 옷 수거함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퇴임 후 남편인 양자물리학자 요아힘 자우어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72)가 잔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남편은 할 일이 많고, 나 역시 집에서만 빈둥거린 적이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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