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사진) 대만 총통이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미국이 대만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소수이긴 하지만 미국 특수부대가 대만에 주둔하면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의 대만 수호 의지를 대만 총통이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을 향해 “겉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백주대낮에 불한당 같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이 총통은 27일 CNN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 동남부 해안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세계 각국이 함께 수호해야 할 민주주의 등대”라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도 미국과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해 대만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권위적인 정권(중국)이 팽창할 때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합해 이에 맞서야 하며 대만이 그 최전선에 있다”고 역설했다. 차이 총통의 이날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말한 지 엿새 만에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한 국제회의 석상에서 대만과 인권 문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영상으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대만을 향한 중국의 행동을 ‘강압적’이라고 지칭하며 이런 행동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rock-solid)’ 약속을 했다”며 “중국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 홍콩 주민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을 사실상 국가로 취급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역사의 대세이자 정도이며 대만 독립은 역사의 역류이자 막다른 길”이라며 “대만 정부는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추호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면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며 이를 지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 탄커페이(譚克非)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은 당과 인민이 필요로 할 때 바로 참전할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도록 사명 담당을 강화하고 높은 경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공격헬기까지 처음 동원해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28일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26일 중국군 군용기 7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가 되돌아갔는데 여기에 ‘중국판 아파치’로 불리는 WZ-10 공격헬기 1대가 포함됐다. WZ-10은 중국군의 화력 지원용 공격헬기로 기관총, 로켓, 대전차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 장착을 할 수 있다. 중국은 27일에도 대만 ADIZ에 J-11 전투기 2대와 Y-8 대잠기 1대를 보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올해 들어 미군 전함과 군용기가 2000회 이상 중국을 겨냥한 근접 정찰 활동을 펼쳤다”면서 “이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으로 발포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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