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정상이 이른바 ‘오커스(AUKUS)’ 갈등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국 대응이 ‘어설펐다(clumsy)’라며 유감을 표했다.
백악관 풀 기자단,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후 5시40분께 교황청 주재 프랑스 대사관인 빌라 보나파르트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날 회동은 미·호주 잠수함 합의로 촉발한 이른바 ‘오커스 갈등’ 이후 두 정상의 첫 대면이다.
미 대통령 리무진 비스트를 타고 빌라 보나파르트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리 기다리던 마크롱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맞이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팔을 두드리며 친분을 과시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실내로 들어서기 전 계단에 나란히 서서 서로 등을 감싼 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후 실내로 향하면서도 가까이 붙어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내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마크롱 대통령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오커스 갈등’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당시) 벌어진 일은 영어 표현으로 ‘어설펐다(clumsy)’”라며 “그다지 품위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당시 프랑스가 오커스 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했다는 해명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 앞에서 정직하게 말하건대, 나는 (프랑스가 모르고 있는 줄) 몰랐다”라고 했다. CNN은 “이 분야에서 수십 년의 경력을 보유한 대통령이 외교 정책상 실수를 시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프랑스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아울러 프랑스를 가장 오래되고 충실하고 품위있는 동맹으로 칭하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미래에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또 “우리가 향후 몇 주, 몇 달, 몇 년을 함께하리라는 게 중요하다”라고도 했다.
지난 9월 영·미의 호주 상대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지원을 골자로 발표된 오커스 발족 이후 미국과 프랑스는 격렬한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당시 합의 이후 호주가 프랑스와의 기존 잠수함 건조 계약을 파기하면서, 프랑스는 미국 주재 자국 대사까지 소환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정상 간 통화 등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사태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통’ 명성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 오커스 갈등 이후 첫 대면인 이날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해외 일정 중 가장 어려운 회담으로 꼽혔다.
AP에 따르면 이날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방안을 비롯해 중국,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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